둥글었던
2024년 2월 24일 토 오후 10:41
둥글게 말린 달이 창 틈으로 불면 블라인드를 내렸다 애인은 방이 밝든 어둡든 신경쓰지 않았다 찬 공기가 코 끝에 걸렸다
달이 굽은 건 오래된 얘기니까
둥근 빵 비퀴 시계 시곗바늘 뾰족한 깃털
생각을 옮겨야 잠에 든다
바르게 누운 자세는 이질적이다 밤새 새우잠을 자더라는 애인의 말이 귀에 닿지 못하게 덮어두었다 기분 나쁜 아침이다 둥근 접시 숟가락 이런 건 아침에 보고 싶진 않았는데
얼굴이 없는 재판관에게 진술한다 사람을 훔친 것 같아요 제가 살던 사람은 달처럼 잠을 자요 핑킹가위로 잘려 있고 머리가 무거워요
식탁 위에는 잘 다녀오라는 전단지가 있었다 하단에 적힌 번호로 판결문을 의뢰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나는 내가 맞단다 지금처럼 살면 된다고
무죄를 받고 토스트를 먹었다 삶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보통의 아침이었다